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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감각에 집중된 구름의 형상과 색으로 표현하는 빛의 시간성>
●글 / 김진아 (학예사, 한향림도자미술관 학예실장)

어디를 가든, 어떤 곳이든 사람이 사는 곳 가장 위에는 하늘이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하늘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도시의 하늘은 높은 건물과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서서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의 바쁜 일상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더구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대신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도시인들이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최소한의 어떤 노력과 의지가 수 반되어야 하는 특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늘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공간과 함께 그 안에서 움직이는 구름, 태양, 별, 달 등 다양한 지각 요소들이 존재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들의 형태와 색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존재나 우주의 신비 등 좀 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향림도자미술관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 JUMP의 4번째 작가로 초대된 조희연은 경희대학교 대학원 도예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구름을 모티브로 한 도자 표현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작가는 석사학위 청구전에서 구름이 가지는 표현 양상을 주제로 구름의 형태에서 파생된 공간감과 율동감, 시간성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는 미술사에서 나타난 구름의 표현방식과 상징적 의미의 고찰을 통해, 구름이 단순한 자연현상의 모방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과 메시지를 직,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빛의 효과와 합쳐서 감상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근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구름의 형상을 하나하나 포착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름의 형상과 구름에 반영된 색, 그리고 구름의 질감을 시각화하고, 공예가 지닌 본질과 연결하여 조형적이지만 나름의 실용성을 지닌 기물들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대학원 졸업 후 독립적인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조희연은 지난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접근했던 구름의 형상들을 좀 더 은유적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작가는 기존에 활용하였던 투각 방식의 조형법을 벗어나 오로지 손의 감각만을 통해 구름의 라인을 잡았다. 시각적으로 한층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도, 명확한 형태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형상을 무의식에 기반한 조형법과 매칭시켰다는 점은 구름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사유가 그만큼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전 작품에서 혼재되어있던 구름의 형상과 빛에 의한 시간성을 분리하여 구름의 형상에 집중하고자 하려는 노력, 색으로 시간성을 시각화하려는 시도가 각각 이루어진 것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형태적인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미미한 시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고민과 결정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며 이룬 성과이자, 용기 있는 한 걸음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희연은 포근했던 둥지를 나와 첫 비행을 시작하는 어린 새처럼 한 명의 작가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학교보다 더 넓은 사회로 나와 다양한 배경과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외롭고 어려울 수 있는 길을 가는 동안에도 지금처럼 계속 하늘을 바라보며 관찰하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한 명의 독립된 작가로 나아가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두 번째, 세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일 또 다른 하늘과 구름의 인상을 기대해 본다.

● 전시일정
1. 전시제목: 조희연 개인전 - 하늘, 빛, 그림자
2. 전시일정: 2024. 11. 23. - 12. 15.
3. 전시장소: 한향림도자미술관 갤러리
4. 한향림도자미술관
-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37)
- 관람시간 : 10:30 ~ 17:30 
- 문의 전화: 070-8872-